2024.05.06 (월)

  • 흐림속초17.5℃
  • 비13.9℃
  • 흐림철원12.8℃
  • 흐림동두천12.6℃
  • 흐림파주12.8℃
  • 흐림대관령10.0℃
  • 흐림춘천14.0℃
  • 비백령도12.1℃
  • 흐림북강릉17.4℃
  • 구름많음강릉17.9℃
  • 흐림동해18.1℃
  • 비서울13.6℃
  • 비인천12.9℃
  • 흐림원주13.9℃
  • 구름많음울릉도16.0℃
  • 흐림수원14.1℃
  • 흐림영월13.2℃
  • 흐림충주13.8℃
  • 흐림서산13.6℃
  • 구름조금울진17.5℃
  • 비청주14.5℃
  • 흐림대전14.6℃
  • 흐림추풍령14.3℃
  • 흐림안동15.3℃
  • 흐림상주15.6℃
  • 구름많음포항19.2℃
  • 흐림군산14.8℃
  • 흐림대구18.5℃
  • 구름많음전주15.3℃
  • 흐림울산18.7℃
  • 흐림창원17.6℃
  • 흐림광주15.5℃
  • 흐림부산17.4℃
  • 흐림통영16.5℃
  • 흐림목포15.1℃
  • 구름많음여수16.4℃
  • 구름조금흑산도14.0℃
  • 흐림완도16.3℃
  • 흐림고창14.8℃
  • 흐림순천13.6℃
  • 비홍성(예)13.8℃
  • 흐림13.3℃
  • 구름많음제주17.4℃
  • 구름많음고산15.7℃
  • 구름많음성산16.4℃
  • 구름많음서귀포16.5℃
  • 흐림진주16.4℃
  • 흐림강화12.7℃
  • 흐림양평14.3℃
  • 흐림이천14.2℃
  • 흐림인제13.7℃
  • 흐림홍천14.4℃
  • 흐림태백11.8℃
  • 흐림정선군12.9℃
  • 흐림제천12.5℃
  • 흐림보은14.3℃
  • 흐림천안13.7℃
  • 흐림보령14.2℃
  • 흐림부여14.5℃
  • 흐림금산14.7℃
  • 흐림13.4℃
  • 흐림부안15.4℃
  • 흐림임실14.8℃
  • 흐림정읍15.2℃
  • 흐림남원15.5℃
  • 흐림장수13.5℃
  • 흐림고창군15.0℃
  • 흐림영광군15.0℃
  • 흐림김해시17.0℃
  • 흐림순창군15.3℃
  • 흐림북창원17.9℃
  • 흐림양산시19.0℃
  • 흐림보성군16.1℃
  • 흐림강진군15.8℃
  • 흐림장흥16.4℃
  • 흐림해남16.0℃
  • 구름많음고흥15.9℃
  • 흐림의령군17.7℃
  • 흐림함양군16.4℃
  • 흐림광양시15.1℃
  • 흐림진도군16.0℃
  • 흐림봉화14.0℃
  • 흐림영주14.2℃
  • 흐림문경14.7℃
  • 흐림청송군14.6℃
  • 구름많음영덕16.7℃
  • 흐림의성16.6℃
  • 흐림구미16.5℃
  • 흐림영천17.0℃
  • 구름많음경주시18.4℃
  • 흐림거창15.0℃
  • 흐림합천17.6℃
  • 흐림밀양18.5℃
  • 흐림산청15.7℃
  • 흐림거제16.7℃
  • 구름많음남해16.9℃
  • 흐림18.3℃
기고-가고싶은 섬 청산도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가고싶은 섬 청산도

가고싶은 섬 청산도
서양화가의 슬로우시티 청산도 방문기

   
▲ 슬로우걷기축제

서양화가 황주리씨가 지난 4월 중순 전남 완도군의 청산도에 다녀온 방문기를 소개한다.영화 ‘서편제’를 찍은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진 청산도의 봄 풍경은 이승의 풍경이 아닌 듯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다가 잠시 머문 어느 기차역 같았다고 말했다.

낡은 돌담길들과 유채꽃과 산과 바다와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을 눈 속에 담아 놓으면 잊을세라 사진 찍지 않을 수 없는 풍경들로 둘러싸인 섬, 그곳이 청산도다.

청산도는 다른 섬들에 비해 지리상 이유로 개발이 늦게 된지라, 다닥다닥 붙은 횟집과 음식점 및 노래방 간판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다른 많은 섬들과 달리, 그나마 보존이 깨끗하게 이뤄진 편이었다. 슬로 시티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는 청산도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종일 어느 방향으로든 그저 천천히 걸으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었다. 섬 곳곳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수많은 무덤이 인상적이었다.

그 무덤들이 그 이승 같지 않은 풍경이 이승임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민박집 광주 아줌마는 손님을 태우러 스쿠터를 타고 온 섬을 돌아다닌다. 그 씩씩한 모습은 멀리서 보아도 기운이 절로 난다. 어떻게 하면 저 씩씩함을 닮을 수 있을까? 예순도 한참 넘은 나이인데도 펄펄한 기운이 느껴져 슬쩍 주눅이 든다. 언제부턴가 나는 예쁜 여자한테는 주눅이 들지 않는다. 온 몸에서 삶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사람에게 주눅이 든다.

슬슬 이야기보따리의 옆구리를 찔러보니 쉴 틈 없이 그녀의 삶의 내용들이 쏟아져 나온다. 청산도가 인연이 닿아서 오래 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다는 아줌마는 고향이 광주라고 했다. 열아홉 시절 전남대를 다니던 지금의 남편을 무척 좋아했다 한다. 그 시절 백마 탄 왕자로 보였다는 지금의 남편에게 온갖 정성을 다해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다 헛일이라 했다. 하긴 헛일이 아닌 일이 어디 있을까? 나는 다음 생에도 같은 사람과 만나 백년해로하겠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우리 어머니들이 아버지들에 관해 이야기하듯, 그 누구의 사랑이야기도 조금씩 닮아 있다.

불완전한 내가 불완전한 너를 만나서 불완전한 삶을 살다가 사라져가는 슬프고 고달프고 가끔은 아름다운 이야기. 그게 바로 우리들의 삶이다. 나이가 일곱 살 많은 민박집 주인 아줌마의 남편은 태생이 귀골로 태어나 실용적인 일에는 무능한데다가, 그녀가 아무리 정성껏 보약을 달여 먹이고 홍삼을 사다 먹이고 전복을 손수 따다 먹여도 고마운 줄도 모른다고 했다. 아무리 그럴까? 청산도를 떠나던 날 아침, 우리는 아줌마의 남편을 볼 수 있었다.

바짝 마른 신경질적인 타입의 아저씨에게서 백마를 탄 젊은 왕자의 모습을 연상해보았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친절하지 않다. 아저씨가 있으면 오히려 손님을 쫓는다는 아줌마 말이 귀에 딱지가 앉았는지, 아침부터 일을 나간 아줌마 대신 그는 우리를 향해 자신이 웃을 수 있는 최대의 미소를 띠고 배웅해주었다. 까다롭게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진심이 담긴 미소였다. 그들 부부의 행복을 빌며 우리는 청산도를 떠났다. 행복이 별건가?

맛있는 거 먹고, 건강하고 맘 편하게 살아 있는 것, 그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내용일진대, 우리는 그 무엇이 두려워 이 눈부신 봄에도 행복하지 못한 것일까?

집에 돌아와 북한산 입구의 우리 마을, 삼천리골을 걷는다. 이 봄에 어딘들 아름답지 않으랴? 어느 좁은 길목에서나 북한산이 그 웅장한 자태를 보여주는 우리 마을 또한 슬로 시티로 선정되고도 남을 터다. 동네 산마다 봄꽃들이 어우러져 눈물이 날 것 같은 봄,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다. 은평 타운의 거대한 아파트공화국 너머로 아직은 느리고 아름답게 남아 있는 삼천리골 내 작업실도 후년이면 헐려서 도로가 된다고 한다. 야금야금 이 마을도 조금씩 사라져 거대한 아파트공화국의 일부가 될 것 같아 안타깝다. 변치 않는 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땅의 사계절이다.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사라져가는 이 봄을 잡고 싶어, 사람들은 바람이 나는가 보다. 나도 따라 바람나고 싶은 봄이다.
(황주리 / 서양화가. 1957 서울 生, 1980 이화여자대학 미술대학 서양화과졸업, 1983 홍익대학 대학원 미학과 졸업, 1991 뉴욕대학 대학원 졸업)

새감각 바른언론-완도청해진 www.wandonews.kr
입력:20090609-15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