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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시작과 끝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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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시작과 끝①

수필가 오정순  
(건설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손성태 가족)


"여보 나 됐어"
결혼 3년차 되던 해, 입법고시 합격자 발표를 하던 날, 남편의 전화 목소리가 귓전에 생생한데 오늘 밤 나는 남편이 건네주는 정년 퇴임 인사말을 워드로 쳤다.
외출해서 돌아오니 딸애가 아빠에게서 전화 왔었다고 한다. 내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퇴임 날짜 받았어."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허전해서 가족에게 먼저 전화를 했을 것이나 전화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 것이 시작과 끝의 차이일 것이다.
남편은 목이 메인 듯 소리가 깔린다. 오버하지 않기로 작정하였다. 담담하게 아무 일이 없이 인생이 진행되듯 그렇게 맞이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남편은 싫었겠지만 나는 최근 들어 자주 퇴임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던 터다. 그 말이 마치 남의 이처럼 실감나지 않겠지만 자주 듣다보면 익숙해질 것 같아 미리 귀에 익혀 두었다. 현실을 직시하고 못하고 불안해지거나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세월이 가르치면 익숙해지겠지만 이왕이면 들어갈 때처럼 퇴직도 당당하게 하기를 나는 원했다. 돌이켜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내 남편은 국회에 들어가서 닳아지는 인생을 살았다.
책상이 닳아졌다. 처음 쓰던 책상을 닦던 어느 날, 걸레가 시커멓게 묻어 나오길래 그 자리를 반복하여 닦았다. 아이들도 아닌데 남편의 책상에 색이 벗겨져 나가고 흠이 파져 있다. 나는 너무나 이상하여 않자 보았다. 그리고 팔을 올려 놓아보았다. 팔뚝이 얹혔던 자리다. 더러운 것은 남편의 땀과 먼지가 눅진하게 때로 얹힌 것이고 움푹 패인 것은 그것으로 하여 책상이 닳아진 것이었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아 가만히 패인 자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처음부터 받은 남편의 봉급 봉투를 한 장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 그냥 소중해서 그렇게 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다. 잠을 빼앗고 나와 오손도손 보낼 시간을 축내서 번 돈이 담겼다는 그것만으로도 소중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가 참한 아내였던 것 같다.
나는 가족 교육이 있던 날 국회에 처음 가 보았다. 두 아이를 단 손에 키우면서 외출을 할 수도 없을 때라 4세 아들을 데리고 갔다. 부잡스럽고 장난이 심한 아이와 교육장에서 난감했던 것보다 입고 갈 옷을 그 날 챙겨 사 입느라고 마음이 수선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날 나는 목도에서 남편을 만났을 때 얼마나 당황하였는지 모른다.
집에서 보는 남편과 직장에서 보는 남편은 달랐다. 일상이 아이들 속에서 지쳐 있어도 그 곳은 청소가 잘 된 대리석 바닥처럼 반들거리는데 내 남편의 바지에는 주름이 없고 구두에는 흙이 묻어있는 것이다. 바지도 벗겨서 그 자리에서 다리고 싶고 구두도 솔질을 하고 싶었다. 항상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니까 옷을 제대로 볼 기회조차 없었다. 게다가 아이들 키우느리고 아이들에 치이는 아빠는 합격 후 그렇게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래도 겨울이면 구두를 신문지에 싸서 부뚜막에 올려두었다 내주면 직장에 갈 때까지 노골노골 해서 좋다던 남편인데 내가 사는 식은 촌스러웠나보다. 중앙난방 아파트에 가니 그럴 일도 없고 내가 닦아주던 구두도 남의 손을 빌리니까 항상 깨끗했다.
그러구러 새 직장의 삶이 잘 굴러가고 있어도 나는 종종 국회에 갔다. 그곳에 갔을 때의 첫 기억 때문이다. 보고 자각이 들지 않으면 아내는 남편의 세계를 모르고 남편은 아내의 주변을 모른다. 삶은 서로 섞이며 이해와 배려를 주고받으며 살아야 하는데 우리네 생활은 그렇게라도 의지적으로 가서 보지 않으면 현실을 파악하기가 요원하고 너무나 자기 세계로 달려가 거리감을 만들고 만다. 직장 근처의 음식점에서 남편이 종종 먹는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남편의 일상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사무실의 책상을 보았다. 법전이 닳아져서 엄지와 검지가 들락거린 자리가 옴푹 패여있는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나에게 물었다.
"너는 책상이 닳아지도록 앉아보았니? 무슨 책상이 닳아지도록 보았니."
그 날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 옆에 책상이 붙었다. 가계부를 적고 아이들의 일기를 써도 책상에서 쓰기로 했다. 초창기 나의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주 천재적인 재주를 타고나지 않는 한, 전문인은 무엇인가 닳아졌다는 것을 알았다.<계속>
⊙오정순(吳禎順)수필가는
광주교대 졸업  안산초등학교 교사, 도서출판 계몽사를 거쳐 1993년 현대수필로 등단하여 현대수필 문인회 초대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펜클럽회원, 카톨릭문인회 간사, 현대문예동인,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원, 현재 강남여성센타 및 서울 장애인센타 복지관 강사로 봉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그림자가 긴 편지, 언제나 우리는 문 앞에 서 있다, 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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